1960년 마지막 비행을 끝으로 지상에 묶여 있던 경비행기 “부활”호가 2011년 7월15일 경남 사천 비행장에서 51년 만에 다시 힘차게 날개를 펴고 창공으로 솟아 올랐다.
6.25 동란의 폐허 속에서 1953년 이원복(예비역 대령, 초경량항공협회 초대회장)씨의 설계로 탄생한 “부활”호가 다시금 하늘로 비상한 것이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께서 하사하신 휘호가 생생하게 살아서 부활하고 있다.
1953년 제작된 후 2년간 공군의 연락기 등으로 활용된 뒤 한국항공대(대구경상공고 전신)에 기증돼 1960년까지 학생들의 연습기로 활용되다 경상공고가 설립되면서 부활호는 퇴역하였다.
과거, 부활호의 복원은, 최초 제작 당시 설계 등을 진두 지휘했던 이원복씨와 문용호(작고)씨가 수소문 끝에 2004년 1월 경상공고 지하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부활호의 뼈대를 찾아내면서 시작됐다. 그 때, 공군은 부활호 제작 당시 제작인원과 동일한 27명의 제81항공정비창의 전문요원으로 복원전담 팀을 꾸렸다.
그러나 최초의 설계도가 없어 잔존하는 뼈대의 치수를 측정하고, 부품의 크기 등을 일일이 계산해 나가는 역설계 방식과 자료사진을 이용, 200여장의 설계도를 만들었다.
또한 미국의 비행기 중고시장 등을 뒤져 동일한 엔진을 구한 뒤, 망치로 알루미늄을 두드리는 전통적인 타출방식으로 동체를 만들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당시의 제원을 살려 비행기를 복원해냈다.
이같이 복원되었던 “부활”호가 2011년 7월 “개량복원”이라는 과정을 거쳐 다시금 창공을 날아오른 것이다.
항공의 선진국 미국에서도 2차 대전 당시 사용되었다 퇴역한 유명한 전투기들을 40~5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복원하여 기념행사 때마다 비행하곤 한다.
그렇다면, 복원의 의미는 무엇이고, 그보다 훨씬 성능과 기능이 우수한 비행기를 구매하는 것보다 몇 배의 비용을 들여 복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복원(Restore)이란 무엇이고 왜 하는 것인가?
복원(Restore)은 원래의 설계대로 원상 복구하여 놓는 것을 의미한다. 애초에 사용하였던 재료를 그대로 사용하고 부품도 변형하거나 개량하지 않고 원 설계대로 사용하여 복구하는 것을 말한다. 2004년에 “부활”호를 복원한 것이 바로 그 작업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원래의 원형을 유지하여야만 그 모습뿐만 아니라, 성능도 거의 유사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최대이륙중량, 최고상승속도, 항속, 실속, 이륙거리, 착륙거리 스핀, 스핀 회복 특성 등 등…
이것은 상당히 중요하며, 외형의 역사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그 성능, 기능도 역사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여 복원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복원(Restore)과 비슷한 복제(replica)라는 것이 있다.
복제는 그 의도에 따라서 외형만 복제품이고 성능이나 기능은 상당히 다를 수가 있다. 혹은 외형은 달라 보여도 기능과 성능이 매우 유사하게 복제될 수도 있다.
과거 유명한 항공기들 중 고전적인 외형과 디자인이 복제, 제작된 것이 많이 있다. 하지만 성능이나 기능은 통상적으로 원래의 것보다 월등히 개선되어 있다. 그 복제품의 가치는 외형의 고전적인 멋에 있다고 하겠다. 소요되는 비용은 복원 보다는 월등이 작게 든다. 거의 대부분 현재 대량생산되어 시중에 나와있는 것들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복원”과 “복제”는 그 목적과 용도가 완전히 다르고 의미도 다르다. 각각 제 나름대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
그런데, “개량 복원”이라고 하면 그 의미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약간 당황스럽다. 개량이 되었으니 원형으로 복원되어 문화제적인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특수한 성능을 가진 항공기를 개량하여 보다 나은 기능을 추가한 것으로 보아야겠는데, 그러한 여지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차라리 복제품을 만들었다면 원래의 것은 원형이 손상되지 않아 그대로 보존의 가치가 있고 이와는 별도의 복제품이니 별 상관이 없지 않을까?
미디어에서는 “시험 비행에 성공한 “부활”호는 앞으로 군사작전 대신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교육용으로 활용될 예정입니다”라고 하였는데, “기존에 장착되지 않았던 추진시스템과 전자식 계기 등은 최신식으로 개선됐습니다.”, “쇠파이프 틀에 쇠가죽 등을 입혀 만들었던 동체는 복합 재와 알루미늄 구조로, 85마력 엔진은 100마력 엔진으로 각각 바꿨다” 라고 하여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교육하려는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과거에 만들었다고 하면서 최신의 재료로 만들어진 것을 보여 줄 수는 없다.
또한 기념행사 때마다 비행을 한다고 한다. 기념행사에서 보고 싶은 것이 원형을 유지한 “부활”호가 아닐까? 복제품이나 개량복원(?)된 것은 모형을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부활”호의 부활은 정말 큰 박수로 축하할 대단한 일이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최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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