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5-12-27 00:00
|
첫 번째 장거리비행(cross country)을 마치고(5)
|
|
|
글쓴이 :
지익표
 조회 : 2,194  추천 : 0
|
|
첫 번째 장거리비행(cross country)을 마치고(5)
2005.11.16. 오늘은 내가 비행기 조종을 배우게 된 목적 중의 하나를 실행해 보는 뜻 깊은 날이다. 나의 출생지 청산도 까지는 갈 수 없어도 완도읍 상공에는 갈 수 있다는 점과, 우선 내가 교편을 잡았던 고향 학교 소년들에게 이번 비행을 통해 하늘을 날 수 있는 큰마음, 넓은 마음, 웅비하는 기상을 심어주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침 일어나 보니, 날씨는 청명한데 바람은 더 세어진 것 같다. 교관들의 뜻에 따라야 할 것이므로 물어보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당초 9:00에 녹동을 이륙, 완도읍을 향하다가 항로 가까이 고금면 봉암리에 살고 있는 집안 동생이 있기 때문에 09:50분경 그 곳을 지나간다는 소식을 미리 해놓았고, 목적지인 완도읍에는 인편으로 각급 학교(초중고 6개교)와 요로(여러 기관)에 10:00경에 읍 상공에 도달하여 읍내에 있는 학교 상공을 선회한다는 기별을 해 놓은 터였다. 하편으로 이러한 퍼포먼스는, 먼 길을 왔다가 착륙장이 없어 그냥 돌아가게 해서 아쉽다는 여론을 유발시키고자 한 마음도 있었음을 고백한다.(완도읍에는 약 1km 길이의 착륙장을 건설하다가 예산관계로 중단된 상태)
우리 4인은 안 교관 댁에 초대받아 아침 식사를 맛있게 먹었다. 싱싱하고 푸짐한 생 점복과 점복 죽은 참으로 별미였었다. 기족들의 정성어린 대접에 감사한다. 식사를 마치고 비행장으로 향하였으나 비행장에 와보니 바람이 더욱 심해진 것 같아 걱정되었다. 평소 같으면 비행하지 않아야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관들의 합의로 11:00에 녹동을 이륙하여 귀로에 오르게 되었다.
좌표는 완도군청(34.18.34 N 126.45.25 E)였으나 직선비행을 하게 되면 바다 위를 비행해야 된다. 그러나 초경량비행기로서는 보안구가 없으므로 기본적으로 바다 위로 비행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래서 좁은 해협은 통과하되 바다 위를 피해 육지로 기수를 돌려 우회했다. 고금면에서는 동생들과 부락민들이 나와 가다리다가 해산하고 동생 내외만 남아 큰 태극기를 흔들며 환영해 주어 반가웠다. 우리는 저공으로 2회 선회를 하며 공중에서 답례를 하고 완도읍으로 향하였다.
완도군에서 공사를 중단하고 있다는 착륙장 현황을 공중에서 먼저 살펴본 후 계획대로 읍 상공을 선회하다가, 마지막 선회시 녹동에서 두 비행기에 미리 장착해둔 색색 연막탄을 터뜨려서 약 1분 30초 가량을, 초등학교 상공에서부터 5개 중 고등학교 상공을 직진비행하면서 인사를 대신하고 돌아오게 되어 참으로 감개무량하였다. 다만 바람 때문에 저공비행을 할 수 없어 아쉽기는 했으나, 학생들은 비행기가 멀리 살아질 때 까지 손을 흔들며 많은 것을 생각했을 것이라고 추측하니 기분이 퍽 상쾌하였다.
용무를 마치고 돌아가게 되니 마치 폭격기가 폭격을 마치고 기지로 돌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당초 계획은 오던 항로를 되돌아간다는 것이었으나, 바람은 거세고 정풍이어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따라서 연료문제도 있다고 판단되었는지, 영암을 거쳐 서해쪽으로 향한다는 1번기로부터의 연락이 왔다. 우리는 얼마안가 전남 영암에 있는 성화대학 착륙장에 착륙을 했다. 넓은 아스팔트로 된 활주로를 보니 상쾌하였다. 홍성태 정원경 교수등이 나와 반가이 맞아주었는데, 이런 날씨에도 비행합니까 하며 놀란 표정들이다.
잠시 쉬었다가 12:20 다시 이륙, 거의 정북(N)을 향해 비행을 했다. 기체는 매우 흔들렸으나 그런대로 재미도 있었다. 맑은 하늘아래 펼쳐진 서해바다며 해안들과 서해고속도로. 넓은 평야와 자잘한 도시들. 전라남도를 지나 잔라북도, 그리고 충청남도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금강의 하구에 자리하고 있는 구산(群山)시와 장항(長項)시 까지 여러 도시들을 바라보면서 충청북도 서천 상공에 오니 우리가 목적한 대천비행장이 있는 보령시가 멀리 보인다. 대천에는 나와 충주 지(池)씨 같은 일가인 자상구 교관이 있고 화성에서 가까운 거리이므로 오래 전부터 대천까지 크로스를 하고 싶었는데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이번에 들리게 되었다. 내려 갈 때는 배풍이어서 빨리 갈 수 있었는데 귀로에는 속도가 80% 정도밖에 나가지 않은 것 같다. 영암에서도 10여분 밖에 쉬지 않고 왔는데 벌써 오후 2:40이 되어 대천에 착륙하게 되었으니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점심도 굶은 채로 왔으나 아침에 잘 먹어서 그런지 모두 시장하다는 말이 없다. 지상구 교관과 반가이 만나 한참 환담하고 있는데, 어섬에서 연락이 왔다. 기자들이 3시부터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기념촬영을 한 후 작별인사를 하고 마지만 코스를 향해 이륙했다.
대천에서 어섬까지는 약 1시간 정도 소요되어 어섬 상공에 이르렀으나 하늘에서는 어섬이 어디인지 역시 잘 알 수가 없었다. 1호기가 앞장서서 착륙하고 우리가 뒤따라 착륙하게 되니 오후 4:20.(총 4시간 30분 가량 소요) 무사히 착륙하게 되어, 하느님께 감사드렸으며, 또 안제성 교관과 김태완 교관에게도 깊이 감사한다. 이리하여 나로서는 당초부터 목적한 대단원을 마치게 되어 매우 기쁘다.
착륙하자마자 신문사와 방소사 기자들이 기다린다고 해서 안제성 교관과는 작별인사도 하지 못해 아쉬웠다. 위 사진은, 대천 지상구 교관과 (다음으로)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