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7-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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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인수봉
 조회 : 2,391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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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올린글
글쓴이: 이정대 번호 : 1332조회수 : 492007.11.17 18:18 疏 請 의 글
존경하는 대통령님!
불철주야로 국무에 힘쓰고 계신 대통령님께 소청의 글을 올립니다.
저는 조국 하늘을 사랑하는 47세의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약관의 나이에 항공스포츠계에 투신하여 어언 30년의 세월 동안 행글라이더와 초경량항공기로 조국 하늘과 지구촌 하늘을 날았습니다. 그리고 20여년 넘게 공군사관학교에 비행 적성 강사로 출강하면서 호국의 간성을 양성하는 국사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저는 현재 화성시와 한국 수자원공사가 관할하고 있는 시화호 옆 공유수면(신외동)에 둥지를 틀고서 여러 동호인과 함께 항공레포츠의 대중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습니다. 시화호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천연 비행장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대중들에게 안전하고도 자유로운 비행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저와 동호인들의 삶과 꿈이 송두리째 뿌리 뽑힐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머물고 있는 비행장에 퇴거의 명이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국가 소유의 공유수면에 머물고 있는 입장에서 저희가 명을 거부할 권리나 명분은 없습니다. 하지만 적게 보아서는 행복을 추구하는 국민 기본권의 관점에서, 그리고 크게 보아서는 항공우주시대를 선도하는 항공인의 관점에서, 이렇게 날개를 접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소청의 글을 올리는 바입니다.
오래 전부터 초경량 비행 활동은 건교부 서울지방 항공청에서 관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동호인수가 꾸준히 늘게 되면서 3년 전 부터는 항공기 검사제도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동호인들의 안전을 위해 검사제도는 당연히 바람직하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 개인적으로 주변의 동호인들에게 수검의 필요성과 동참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초경량 비행기가 등록되고 검사가 이루어진다 해도, 정작 뜨고 내릴 활주로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동안 대한민국 항공회와 초경량 항공기협회는 공공의 초경량비행기 활주로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아직껏 아무런 해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왜 공공의 자산으로 개인적 차원의 비행취미를 지원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당장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항공 레포츠 활동도 한 국가의 문화적 척도가 되고 산업적 잠재력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오랜 세월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서 행글라이딩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깨달았습니다. 국민들의 항공레포츠 활동이 활발할수록, 밝고 건강하며 창의력이 넘치는 선진 국가라는 것을. 그래서 선진국으로 갈수록 초경량비행기나 경비행기 활주로가 국토 곳곳에 다수 건설되어 있었으며, 그곳에서 국민들의 안전하고도 행복한 비행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국 곳곳에 골프장은 건설하면서도 아직 4-5천평 정도의 공간만 있어도 가능한 행글라이딩 교육장이나 초경량비행기 활주로가 전국에 한 군데도 없습니다. 그래서 동호인들의 비행활동이 위축되고 급기야 안전비행이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 입니다.
금년에만 해도 몇몇 동호인이 비행사고로 인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물론 사고의 일차적 책임은 저희들에게 있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나면 항상 드디어 나올 것이 나왔다는 듯이 매스컴은 항공레포츠 활동을 위험한 스포츠로 몰아붙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조치는 비행장 폐쇄 및 비행시설물 철거 명령입니다.
비행장을 폐쇄해 비행활동을 막으면 사고도 없어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결과는 더욱 열악한 비행 활동과 더욱 증가되는 비행사고입니다. 그 예로 시화호의 어섬 활주로가 반 토막이 되고 나서 더 많은 초경량항공기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들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항공레포츠 활동은 금지하고 강제한다고 해서 억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류가 오랜 세월 동안 추구해온 꿈이자 진보의 물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항공 산업이 없이는 선진국으로 가는 길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항공 산업의 뿌리에 자리 잡은 것이 바로 초경량비행기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초경량비행기 동호인의 대다수는 시화호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초경량비행기 동호인들이 시화호 상공을 비행한 지도 벌써 13년째 입니다. 1994년 1월 24일 시화호 물막이 공사가 마무리 되던 날, 저는 마지막 물막이 공사 장면을 항공촬영 했습니다.
그 후로 드넓은 갯벌 벌판이 형성되어 시화호는 저희들에겐 어떠한 장애물도 없이 안전하게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최적의 비행장소가 되었습니다. 특히 시화호가 점차 생명력을 회복하게 되면서 너무나도 아름답고 행복한 비행공간이 되었습니다. 수십만 마리의 철새들, 무섭게 번식하는 고라니들과 꿩들, 빼곡히 들어찬 갈대로 인해 식물들의 군락이 형성됐고 동식물들의 낙원이 되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시화호 상공을 날면서 제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저희에게 날개를 펴고 접을 수 있는 비행장 하나 만 허락해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둘도 아닌, 딱 하나만 허락해 주신다면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하여 사회에 공헌하겠습니다. 환경 감시도 하고 산불 감시도 하고 비상 시에 지원 활동도 하겠습니다.
1년 전 여름 무더위가 한창일 때, 어떤 회원 한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내용은 물놀이를 나간 어린조카가 1시간 여 소식이 없으니 공중수색을 해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황급히 친구와 같이 탑승하여 50여 Km 거리를 날아 승봉도 주위를 20여분 비행하여 섬 뒷편 1 Km 남짓한 거리에서 튜브에 몸을 싣고서 놀고 있는 어린아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위치를 전화로 알려주고 착륙한 후에 비록 MCRC(중앙방공통제소)의 추궁을 받긴 했지만, 제가 비행을 한다는 것이 사뭇 자랑스러운 날이었습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우리 대한민국은 이제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아니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이제 선진국으로서의 명실상부한 면모를 갖추어야 합니다. 우주인을 양성하고 우주기지를 만드는 국가적 사업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론 국민들이 안전하게 날개를 펼치면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비행공간도 중요합니다. 부디 간청하건데, 저희들이 안전하게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선처해주시길 다시 한번 간곡히 소청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하늘을 사랑하는 항공 동호인 이정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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